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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 <이상하자> 광고에 숨은 깨알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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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 <이상하자> 광고에 숨은 깨알 재미

 

'이상하자'의 이상한 세계관


'이상하자' 1편을 처음 접할 때, 의심할 여지 없이 정통 사극임을 예상했었습니다.


김응수와 박해일의 연기는 비장한 정극(正劇)의 톤 그 자체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2,3,4편이 곧이어 쏟아지면서 이상하자의 '이상한' 세계관이 드러나기 시작하는데요. 에피소드 2편은 눈을 의심하게 하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박해일이 저잣거리에 스마트폰을 들고 등장한 것. 너무 자연스러워서 응? 하는 느낌으로 살짝 지나가지만…


상인 지루에게 커피를 판매해보자는 해일의 제안이 반발을 받지만 결국 조선의 아침 풍경이 커피를 즐기는 백성들로 싹 바뀌어 버린다는 에피소드. 잠깐, 그런데 조선? 언뜻 보기엔 시대 배경이 조선시대처럼 보이지만, 딱히 누구도 조선시대라고 공식적으로 언급한 바가 없습니다. 이 드라마는 지나간 역사를 극적으로 재구성 해보는 대체 역사 같은 장르도 아니고, SF도 아니고, 한반도에 존재하는(혹은 '했던') 나라 같지만 이후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다양한 인종들이 보여주는 무국적성의 환타지같은 세계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과거와 현재, 근미래까지 뒤섞인, 그리고 그것을 다들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세계관인 것인데요.


이러한 탄력적인 세계관은 개그코드가 개입할 공간을 무한하게 열어줄 수 있습니다. 때로는 일명 병맛, 때로는 무책임함, 그리고 무릎을 치게 하는 풍자까지…


이 글에서는 각 60초의 에피소드에 스쳐 지나가듯 깨알같이 녹아있는 몇 가지 개그코드를 찾아보고자 합니다.


분명히 해 둘 것은 '빵 터지는 개그코드'가 아니라 '깨알 같은 개그코드'라는 점. 빵 터지는 개그야 이미 여러분들이 접한 것 일텐데요. 그럼 1위부터 7위까지 주관적인 시선으로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전통가옥 위에 우뚝 솟은  옥외광고]


7위, 한옥 위의 옥외광고


1편이 티저에 해당한다면 2편부터가 본편이라고 할 수 있는데, 눈을 부릅뜨지 않으면 놓칠 수 있는 장면이 하나 등장합니다.


바로 전통가옥들 너머로 보이는 옥외 스크린에 비춰진 SK텔레콤의 'band LTE' 광고영상인데요. 이 씬은, 기존의 광고캠페인이 종료되었고 새로운 캠페인인 '이상하자'의 출발함을 알리는 상징적인 미장센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마침 해당장면의 대사는 '먼저 갑니다'. 그간 band LTE광고캠페인에서의 '먼저 갑니다'는 경쟁자들 보다 앞서가겠다는 인사의 의미로 사용되었지만 이 씬에서 만큼은 새로운 캠페인에 자리를 양보하고 떠난다는 반대의 의미로 사용된 점도 재미있습니다.


뜬금없지만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영화 '그래비티' 얘기를 잠깐 풀어보면, 우주에 홀로 남겨진 산드라 블록이 지구와의 교신에 성공했지만 하필 영어를 모르는 '아닌강'이라는 사람이어서 별 도움이 안되었던 장면을 기억하실 겁니다.


알고 계셨나요? '아닌강'이라는 단편영화가 '그래비티'보다 먼저 개봉했다는 사실. 이 영화는 바로 그 '아닌강'이 주인공이 되어 산드라 블록과 교신하는 내용입니다.


교신내용도 정확히 '그래비티'와 일치합니다. (참고로 이 영화의 감독은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아들이라고…). 영화라는 장르는 감독의 필모그래피끼리 이러한 방식으로 서로 관계 맺는 입체적인 시도를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이상하자' 에피소드2의 옥외광고씬은 광고에서는 최초의 시도라는 의미를 찾을 수 있겠습니다.



 

[속터지는 산드라 블록]                                                         [영문을 모르겠는 아닌강]



 


6위, 음속을 돌파한 새


에피소드 4에는 선글라스를 선보이는 해일의 연기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설현아씨에게 선글라스를 착용시킨 후 '자, 저기 저 새를 보시오'라고 말하는 장면에서 카메라가 하늘을 비추면 느닷없이, 마음의 준비도 안되어 있는데, 싱겁게도, 맥락없이, 뜬금없이, 하늘에는 3대의 전투기가 날아갑니다.


아마도 촬영 이후에 감독이 '음. 이 씬은 왠지 좀 허전하지 않아?'라며 후반작업에서 삽입한, 편집실에서 탄생한 개그가 아닌가 생각되는데요. 개인적으로는 이런 뜬금포 스타일의 개그를 좋아해서 6위에 랭크시켜 보았습니다.



 


5위, 우정국의 등장


에피소드 10은 이상하자 시리즈에서 가장 웃기다고는 할 수 없지만 깨알 같은 개그라면 2개나 건질 수 있어 좋았습니다.


첫 번째가 설현과 향단이 통신회사를 찾아가 클레임을 시도하는 신. 중요한 건 바로 이 장면. 교환수들이 등장합니다. 그닥 스토리에서 중요하지 않지만 나름 심혈을 기울인 듯 한 고증이 돋보이는데요. 이 장면은 '기존 통신사의 보수성과 낙후성'을 상징하는데, 국내 광고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경쟁사의 디스(diss)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디스지만 이곳 책임자인 김기방이 고객의 소리를 경청하는 모습을 보여줘 애교 있고 귀여운 디스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런 신의 경우 모르고 봐도 상관없지만 알고 보면 더 재미있는 장면입니다.



 


4위, 수상한 박상궁


에피소드 5는 미용실에 모인 주부들의 수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소품감독? 혹은 미술감독의 깨알 같은 센스가 돋보였는데요. 이것은 중세의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정도 되는 책일까? '수상한 박상궁'이라는 멜로 소설'이 등장합니다.


예나 지금이나 미용실은 주부들의 베스트셀러가 등장하는 공간인가 봅니다. 그렇죠. 우리는 궁금합니다. 박상궁은 왜 저녁만 먹으면 사라지는지, 박상궁은 왜 요즘 부쩍 피부가 고와졌는지, 그리고 박상궁의 새로운 노리개는 어디서 난 것인지….



 [돈오점수(頓悟漸修)의 깨달음을 얻는 스님-ep14中]


3위, 벼락 같은 깨달음


에피소드 14편에는 왕의 호위무사 길강이 한 고승과 나누는 대화로 시작됩니다.


"이 절에 온지도 2년 다 되어가니 새 폰 바꾸러 다른 통신사 갑니다…허허"
"아니, 절이 싫은 게 아니라면 스님이 굳이 떠날 필요가 있겠습니까?"


절이 싫은 게 아니라면 스님이 떠날 필요가…. 그렇죠. 이 대사는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난다'는 속담의 변주입니다.


여기에 숨어 있는 개그코드라면 '통신사'인데요. 여기서의 통신사는 바로 통신사(社)가 아닌 통신사(寺)인 것. 일종의 중의법이 되겠습니다.


깨알 같은 개그라기보다는 나노입자 같은 디테일한 개그지만 어찌 보면 천 년된 묵은지 같은 개그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위, 투투에 대한 오마쥬


1994년의 여름을 글자 그대로 '뒤집어 버린 노래'가 있었습니다.


투투의 '일과 이분의 일'. 이 때의 인기를 요즘 가요계로 비유하면…, 그렇죠. 비교대상이 없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미안해요. 설현 아씨도 이 정도는 아니었어요) 이 곡의 "…니가 가져간 나의 반쪽 때문인가"라는 가사에 해당하는 안무가 '손날을 얼굴 앞부분에 세웠다가 오른쪽으로 눕히는' 동작입니다.


이 동작이 21년만에 '이상하자' 에피소드 10편을 통해 패러디된 것입니다.


설현이 '반쪽 찾으러'왔다며 김기방에게 클레임을 하는 장면! 아마 감독도, 이 장면을 눈치채고 웃었던 시청자도 연식이 좀 되시는 분들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자료화면 화질이 세월을 말해주는-투투의 일과 이분의 일]



 


1위, God 구운 빵


에피소드 6편에는 그냥 슥 지나가는 듯 보이지만 분명 감독이 심혈을 기울인 간판이 하나 등장합니다.


그것은 바로 빵집의 '갓 구운 빵'. 저는 감독의 의도대로 '빵' 터져버렸고 역대급의 고급진 개그를 감상하기 위해 이 장면을 몇 차례고 반복해서 돌려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


마침 이 에피소드는 고수와 설현의 달달한 썸과 향단의 질투, 그만 먹으라고 핀잔을 주는 외국인 빵집 주인까지 빵빵 터지는 장면이 넘쳐났으므로 '갓 구운 빵'은 많은 분들에게 그냥 스쳐 지나가는 한 장면이었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러나 이 개그는 분석하고 설명하면 그 소중한 고급함이 깨어질까봐 별도의 설명은 생략하겠습니다.





'이상하자'의 이상한 광고관


시작하며 이상하자의 세계관에 대해 언급했습니다.


세계관도 이상하지만 이 광고드라마는 기존의 광고가 가진 경계를 새로운 시도로 더 넓게 확장했다는 면에서 '이상하다'. 앞에서 밝혔듯 이전 캠페인의 장면이 등장하기도 하고, 광고 음악이 실제 음원상품으로 등장하는가 하면, 시청자를 이벤트를 통해 출연자로 모집하기도 하고, 초기에 등장한 대사를 스스로 패러디하는 등 광고가 가진 정형성을 무너뜨리는 입체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SKT가 과연 끝까지 이런 '이상함'을 뚝심 있게 지켜나갈 수 있을지 관심을 갖고 지켜보겠습니다.


이렇게 글이 길어질 줄은 몰랐는데 왠지 이상하게 잉여력이 탄력 받으며 길어졌습니다. 마무리가 좀 이상한 듯 하지만 이런 급 마무리조차 광고드라마 '이상하자'에 대한 오마쥬라고 갖다 붙이며 이만 끝내겠습니다.




이상하자 보러가기 : http://skt-drama.com/main/m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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